배탈 게이지와 화장실 관전, 지는 사람도 끝까지 방에 남게 만들기
랜선포차에서 진 사람의 배탈 게이지가 오르고 100%면 화장실행 관전이 되는 구조를 어떻게 정했는지. 라운드별 우유 세기 20·25·35, 네 단계 화면 방해, 관전자의 채팅과 소화제 한 번까지 정리했다.

랜선포차는 모르는 사람 여섯 명이 화상 채팅처럼 한 화면에 모여 미니게임을 하는 파티 게임이다. 미니게임에서 지면 가상의 우유를 한 잔 마신다. 마신 잔이 쌓이면 배탈 게이지가 오르고, 100%가 되면 그 사람은 “화장실행”으로 판에서 빠진다. 이 글은 그 게이지 하나를 어떻게 설계했는지에 대한 기록이다.
처음부터 고민은 하나였다. 탈락이 있는 파티 게임은 먼저 떨어진 사람이 할 일이 없어서 나가 버린다. 진 사람 입장에서는 “졌다 → 창 닫기”가 가장 쉬운 선택이다. 그래서 배탈 게이지는 “빨리 떨어뜨리는 장치”가 아니라 “천천히, 눈에 보이게 무너지는 장치”여야 했다.
우유 한 잔의 무게는 라운드마다 다르다
게임의 모든 수치는 공용 규칙 파일 한 곳에 모아 두었다. 벌칙 음료와 배탈 증가량은 다음과 같다.
| 벌칙 | 배탈 증가 | 언제 나오나 |
|---|---|---|
| 흰 우유 한 잔 | 1 |
거의 모든 미니게임의 기본 벌칙 |
| 우유 폭탄 | +40 | 복불복 룰렛의 “주인공 우유 폭탄” 칸 |
| 물 한 잔 | −10 | 라운드 1등 보상 (배탈이 0보다 클 때만) |
흰 우유가 라운드마다 세지는 이유는 판의 길이 때문이다. 한 판은 최대 12라운드이고, 끝까지 버틴 사람이 없으면 마지막 1명이 남을 때 끝난다. 증가량이 고정이면 초반에 운 나쁘게 두 번 진 사람이 너무 빨리 빠지고, 후반에는 아무도 안 빠져서 판이 밋밋하게 끝난다. 초반은 가볍게, 후반은 무겁게 해야 마지막 몇 라운드에 긴장이 몰린다.
세기 값은 내가 감으로 고르지 않았다. 개발 중에 수백 판을 자동으로 돌리는 시뮬레이션 도구로 후보를 비교했고, 결정 기록에는 20 / 25 / 35를 고른 근거로 시뮬레이션 결과(한 판에 탈락 평균 약 1.8명, 아무도 탈락하지 않는 판 4%)를 같이 적어 두었다. 한 판에 평균 두 명 가까이 화장실에 가고, 스물다섯 판 중 한 판 정도만 전원이 버틴다. 전원 생존 판이 너무 많으면 게이지가 장식이 되고, 너무 적으면 한 판이 탈락 게임이 된다. 그 사이를 노렸다.
100%가 되기 전에 네 번 경고한다
게이지가 숫자로만 오르면 재미가 없다. 그래서 배탈 값을 다섯 단계로 나누고, 단계마다 캐릭터 그림과 내 화면이 같이 망가지게 했다.
| 배탈 | 단계 | 캐릭터 연출 | 내 화면 방해 |
|---|---|---|---|
| 0~29% | 멀쩡 | 없음 | 없음 |
| 30~59% | 꾸르륵 | 가끔 “꾸륵…” 말풍선 | 화상 그리드와 조작 영역이 천천히 흔들림 |
| 60~89% | 식은땀 | 이마 땀방울, 얼굴 세로줄 | 글자가 겹쳐 보이고 조작 영역이 옆으로 밀림 |
| 90~99% | 배 부여잡음 | 땀 뚝뚝, 배 소용돌이, 떨림, “꾸르르륵!!” | 더 빠르게 밀리고 화면 오른쪽 절반이 흐려짐 |
| 100% | 화장실행 | 칸이 어두워지고 “화장실 갔습니다” | 관전 모드 |
배탈 단계를 한 화면에 모아 본 검수 화면. 100%인 칸은 “화장실 갔습니다(관전 중 · 물 내리는 소리)“로 바뀐다.
화면 방해는 CSS 애니메이션 세 개(흔들림, 밀림, 흐림)를 단계별로 조합한 것이 전부다. 흐림은 화면 오른쪽 절반에만 backdrop-filter: blur(3px)를 얹었는데, 전체를 흐리게 하면 게임을 아예 못 하게 되고 절반만 흐리면 “보이긴 하는데 짜증 나는” 정도가 된다. 리듬 게임이나 반응속도처럼 손이 빨라야 하는 미니게임에서 이 방해가 체감 난도를 확 올린다.
이 방해는 공정성보다 드라마를 택한 결정이다. 이미 많이 진 사람이 더 불리해지니, 약자가 계속 지는 구조가 될 수 있다. 대신 방해는 본인 화면에만 걸리고, 남들은 그 사람 캐릭터가 식은땀을 흘리는 것만 본다. 다 같이 “저 사람 곧 간다”를 지켜보는 순간이 이 게임에서 제일 시끄러운 순간이라서, 이 불공정함은 남겨 두기로 했다.
화장실에 간 사람에게 남겨 둔 것
100%가 되면 서버는 그 좌석을 “살아 있는 사람” 목록에서 뺀다. 미니게임은 이 목록만 참가자로 받기 때문에, 화장실에 간 사람은 다음 라운드부터 후보 선정에도 벌칙 대상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게임 입력도 서버에서 무시한다. 여기까지는 보통의 탈락이다.
다른 점은 방을 떠나지 않아도 되게 만든 부분이다.
- 조작 영역이 “화장실 갔습니다. 관전 모드 / 채팅과 이모티콘으로 훈수는 가능합니다”로 바뀐다.
- 채팅은 그대로 된다. 규칙 문서에도 “화장실행한 사람도 채팅할 수 있다”고 적어 두었다.
- 리액션 이모티콘도 그대로 보낼 수 있다.
- 결과 화면 순위에서는 늦게 화장실에 간 사람이 먼저 간 사람보다 위다. 먼저 빠졌어도 끝까지 보고 있으면 “몇 번째로 버텼는지”가 남는다.
관전자가 채팅으로 훈수를 두면, 아직 살아 있는 사람에게는 그게 또 하나의 방해가 된다. 먼저 떨어진 사람이 판의 분위기를 만드는 쪽으로 역할이 바뀌는 셈이다. 순위 계산 방식은 오늘의 우유왕을 정하는 점수 계산에 따로 정리했다.
딱 한 번의 소화제
마지막으로 붙인 장치가 소화제다. 상점에서 300포인트로 사거나 광고를 보고 받는 아이템이고, 최대 3개까지 가질 수 있다. 규칙은 일부러 좁게 잡았다.
| 조건 | 값 |
|---|---|
| 물어보는 대상 | 그 판에서 처음 화장실에 간 사람 한 명 |
| 기회 | 한 판에 한 번 |
| 효과 | 배탈 80%로 부활 (게임 도중이면 다음 라운드부터) |
| 안 쓰거나 없으면 | 그 판은 아무도 못 씀 |
“아무도 못 씀”이 핵심이다. 처음에는 누구나 쓸 수 있게 할까도 생각했지만, 그러면 화장실에 간 사람마다 줄줄이 부활해서 판이 끝나지 않는다. 첫 번째 사람에게만 한 번 묻고 끝내면, 가장 억울한 사람(제일 먼저 떨어진 사람)에게만 구제책이 가고 판 길이는 거의 그대로다.
판이 끝날지 판단할 때는 “다음 라운드에 깨어날 사람”을 살아 있는 사람 수에 더해서, 소화제를 먹은 직후에 판이 끝나 버리는 일이 없게 했다.
돌아보면
배탈 게이지를 만들면서 계속 스스로에게 물은 건 “진 사람이 창을 닫을 이유가 있는가”였다. 라운드별 세기로 초반 탈락을 늦추고, 네 단계 연출로 무너지는 과정을 구경거리로 만들고, 화장실에 간 뒤에도 채팅과 순위를 남겼다. 소화제는 그중 가장 억울한 한 명에게만 주는 보험이다. 개발 중 자동 시뮬레이션 기준 한 판은 7분 반 정도인데, 먼저 떨어진 사람도 그 7분을 같이 보내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실제로 게이지가 어떻게 오르는지는 랜선포차 게임 페이지에서 한 판 해 보면 바로 보인다. 손이 떨리는 상태에서 박자를 맞추는 느낌이 궁금하면 007빵 공략도 같이 읽어 보길 권한다.


